브라이언 베리를 추모하며
브라이언 베리(Brian J. L. Berry, 1934년 2월 16일 ~ 2025년 1월 2일)가 사망했다. 이 블로그를 방문한 (극소수의) 사람 중에 브라이언 베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나에게는, 혹은 최소한 나와 비슷한 연배의 지리학자들에게는 절대로 잊혀질 수 없는 인물이다. 한명의 위대한 지리학자가 만 91세를 한달 반 정도 남긴 시점에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하였다.
브라이언 베리는 지리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는 소위 ’계량혁명(quantitative revolution)’의 총아였다. 계량혁명을 주도한 미국 위싱턴대학 지리학과의 윌리엄 개리슨(William Garrison)의 제자였고, 혁명의 전사답게 앙시앵 레짐의 박해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혁명을 이끌었으며, 혁명이 완성되는 것을 목도했고, 혁명의 전리품도 많이 챙겼다. 60~80년대를 거치는 20여년 동안 피인용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Whitehand, 1985).
그의 일대기를 여기에 기술할 의도도 능력도 없다. 단지 위대한 지리학자의 소멸을 마주한 먹먹함을 여기에 그의 소식을 전함으로써 조금 위로받고 싶을 뿐이다. 나는 옆 방의 신정엽 교수와 함께 2008년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의 워크숍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가지고 있음에 깊히 감사한다. 그 워크숍에 초청해 주었고, 그 사진을 찍어 주었고, 브라이언 베리의 부고를 누구보다 빨리 알려준 미국 텍사스대학(댈러스) Geospatial Information Science의 전용완(Yongwan Chun) 교수에게 몹시 고맙다.